Difficult Women (Hardcover) - 10점
Roxane Gay/Grove Press

 

(사이행성 '어려운여자들' 출판 후 이미지 교체 예정 17.06.26)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의 최신작 '어려운 여자들(Difficult women)'이 2017년 7월 5일 출판을 앞두고 있다. 출간 전 서평 이벤트로 사이행성에서 보내 준 리뷰어들을 위한 선별집을 통해 8편의 단편을 먼저 만나 볼 수 있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리뷰어들을 위해 선별집을 따로 제작하는 출판사의 정성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각별한 마음으로 단숨에 책을 읽고, 책을 읽은 이래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서평을 작성했다는 걸, 사이행성도 알았으면 좋겠다.

 

 

 

 

 

 저자는 인류 사회의 곳곳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거나 여성들이 겪고 있을 고통들을 다소 덤덤한 시선을 유지한 채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 해낸다. 무엇이 그들을 '어려운' 여자로 만드는가?(까칠한, 혹은 까다로운, 기센, - 혹자는 음탕한으로 사용 - 등의 의미로 의역 가능) 이 여성들은 진정으로 어려운, 혹은 까다로운 여자들인가? 혹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인가? 단편들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어려운' 캐릭터는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만연하는 '어려운' 사건들 - 납치, 성폭행, 낙태 혹은 유산, 윤간, 가정폭력, 특별히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 - 과 그 사건들 보다도 더 그들을 '어렵게' 만드는 심리적 고통들 -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도망가야하는 공포, 더러워진 존재라는 인식으로 인해 사랑받음을 견딜 수 없는 죄책감, 가난으로 인해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착취 당하는 괴로움 등 - 안에서 생생히 빚어진다. 그들은 '어려운' 여자들인가, '어려워진' 여자들인가. '어렵다'는 말 자체가 그들의 삶에 대한 모욕적 표현은 아닌가.

 

 

 자칫 포르노그라피가 될 수 있는 지점에서 저자는 과감히 서술을 생략하지만 책을 읽는 누구나 묘사되지 않은 부분들을 쉽게 눈으로 보듯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한다' '끝나고 나서' 와 같은 서술로 일축한 말들. 그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마주함과 동시에 찾아오는 침묵의 거대한 무게. 그 안에 어쩌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암묵적으로 이 세계에서 '말하지 않기로' 된 것을 낱낱히 고발하는 듯 두려움 없이 풀어낸 이야기에 우리가 어떤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세계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여성 인권이 신장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이유로, 연인관계에 있어서 떠받들어지는 쪽은 여자라는 이상한 논리로, 혹자는 여성이 성노리개 취급 당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미에 대한 기준이 결국 남성에게 구애하기 위한 여성의 본능에 기인한 것이라고, 그리고 이 외에 수많은 이유로 페미니스트들의 여성인권운동을 비난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주창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사회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그것이 진실이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록산게이가 말했던 '나쁜 페미니스트' 조차도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로지 평등과 정의에 관한 담론이다. 만일 젠더를 주제로 의견을 내는 일이 페미니스트 혹은 남성혐오, 메갈이라고 주장한다면 나는 침묵해야할 것이다.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니까. 다만 힘의 원리로 움직이는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뿌리깊은, 그리고 너무나 익숙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인식하기조차 어렵게 된 '여성'에 대한 '업신여김'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어려운 여자들에게서 나 자신을 만났다. 어린 시절 겪었던 몇 차례의 성추행, 감금과 협박에의 공포, 스토킹, 웃으며 넘기지 못하면 예민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성적인 농담들, 당연하다는 듯이 이루어지는 외모 평가, 더럽혀졌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나를 함부로 했던 일들, 사랑받지 못할 존재로 스스로를 낙인 찍었던 경험들, 데이트 폭력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삶.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소설 속의 인물이 독백처럼 읊조렸던 문장은 날것 그대로 내 것이나 다름없다. 보통의 외모로 보통의 인생을 살고 있음에도 내 삶의 도처에 여성을 쉽게 성적 대상화하는 경험들이 가득했고, 그러한 경험들은 내 안에 나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이나 잘못된 가치관으로 인해 좋지 못한 선택을 하게끔 영향을 주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체증같은 어떤 감정을 나는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되살아난 기억들과 세계 곳곳에 나와 다름없는 '여자들'의 잔상이 함께 뒤엉켜 눈에 어른거린다. 어딘가 거칠고, 전개를 종잡을 수 없을 때 조차도 막연히 이해되는 이 소설의 감정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문제의 쟁점이 젠더에 있지 않고 오롯이 문제 그 자체의 무게로 심각성이 측정될 때까지, 여성이 그 어떤 의미로든 여성이라는 이유로 학대 당하거나 성적으로 유린되거나 여성이 가진 약한 부분이 힘에 의해 억압되지 않기까지. 수만 년의 역사 안에 내재된 보편 사고에 새로운 개념이 이루어지기까지. 아직도 여자들에게 남은 멍울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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