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깊은 슬픔」

Posted 2011.01.22 06:00
 

깊은 슬픔 - 8점
신경숙 지음/문학동네


 신경숙의 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을 끝으로 하자 정해두었다. 하지만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고서 벌써 한 달을 보냈다. 다른 글이라도 먼저 써볼까, 하고 두어 편 올려보았지만 도무지 마음에 들게 나오질 않았더랬다. 아무래도 이 글을 완성시켜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글은 서평이 아닌 에세이 정도로만 남을 것 같다.

 이 책을 펴들 때마다 사무치는 절망감에 휩싸이곤 한다. '사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이들에게 바친다.'는 서문이 나의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든다. 그래, 사랑은 뜻대로 되질 않았지. 

 신경숙의 글을 읽을 때는 첫 문장을 본다. 그리고 끝 문장을 바라보며 글을 읽는다. 「그 여자 이야기를 쓰려 한다. 이름을 은서라 짓는다. 사랑이 불가능하다면 살아서 무엇 하나, 가끔 우는 여자. 언제부턴가 내 속에 내가 먹이를 주어 기른 여자.  ……… 」 이야기는 그 여자의 시작으로 맺어진다. 「나, 이렇게 나를 놓아버리지만 않았다면 언젠가 너에게 읽어 줄 글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그럴 텐데, 아마도 그 글은 이렇게 시작되었겠지.// 나 그들을 만나 불행했다./그러나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다.」 
 첫 문장과 끝 문장을 채우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사랑을 회의하고 싶지 않다, 의심하고 싶지 않다. 나는 믿고 싶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Cogito ergo sum 했듯 우리는 의심하고 의심하여도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토대를 찾고 싶어한다. 의심을 제거하기란 불가능하고, 결국에는 답을 얻지 못한 채 절망에 이르고 마는 것이 아닌지. 낙심하고 절망하는 자리에는 비관이 싹을 틔운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헛된 꿈이라고. 유명한 신학자 폴 틸리히는 그의 설교집 새로운 존재에서 '모든 심각한 의심과 진리에 대한 실망 속에는 아직 진리에 대한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사랑을 믿고 싶기 때문에, 의심을 하는 모양이다. 사랑에 대한 믿음 때문에 의심하는 것인데도, 사랑에 대한 믿음을 견지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비참에 처하는 것이 쉽기 때문일까. 아니, 치열한 고민을 가능케 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해서다. 내가 믿어왔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진대도 마주할 용기. 이것은 강력한 믿음이 바탕하고 있을 때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믿는 구석'이라는 것 말이다. 
 오래 전에, 너를 좋아하지만 너를 사랑한다 말할 수 없었던 내가, 벌써 설레이던 감정을 그리워함이 서글펐던 내가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게 두렵다.' 그리 쓴 적이 있다. '말해봐, 나를 사랑해? p. 132' 다그쳐 물으면서도 완의 침묵에 안도하는 은서의 마음을 안다. 스스로를 놓아버리며 남긴 편지에 다시 은서는 말했다. '한때나마 나를 사랑한 건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내가 사랑스러워서가 아니야. 서로 사랑했을 때조차도 그는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이를 사랑했을 텐데 왜 안 그러겠니.p. 579' 사랑과 사람을 따로 놓으면서까지 사랑에 대한 믿음만은 놓지를 않는구나, 생각했다. 사랑해서 불행했던 여자, 그러나 그 사랑으로 삶을 견뎠던 여자. 바보같다 말할 수가 없다. 나조차도 은서와 매한가지로 '사랑이 불가능하다면 살아서 무엇하나, 가끔 우는 여자'이니까.

 사람들은 불행한 결말을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화제가 되는 드라마의 결말이 시청자들에 의해 좌지우지 될 정도라니 말 다했다. 이 마음을 나는, 나쁘다 말할 수가 없다. 이 차가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한줄기 희망을 붙들고 싶어하는 소망을 말이다. 그러나 나는 아픔과 친숙해질 용기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희(喜)만 있고 로(怒)가 없거나 혹은 애(哀)만 있고 락(樂)이 없다면 인생이 풍요로울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실은 '하느님 나 죽고만 싶어ㅡp. 14', 아프고 외롭고 쓸쓸한 것들만 크게 보고 있지만.
 결코 행복하다 말할 수 없는 결말 앞에서 되뇌인다. ..............그러니까,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을, 사랑만을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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