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3

Posted 2017.06.11 11:45

마지막 글을 쓴 것이 6개월 전이라니, 시간은 또 아무 일 없는 듯 흘렀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에서 무언가가 회오리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지난 2-3 여년간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그토록 염원하던 보통의 삶을 누리고 있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어쩌다 또 이렇게 되었을까. 불행은 나를 고향으로 알았다, 고 시작했던 습작의 탓일까.

아무리 발버둥쳐도 보통의 삶조차도 내게는 버거운 것일까.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사람도 평판도 경제력도 추억도 기억도. 사고도. 멀쩡히 남아있는 것이 없다.

생각하기를 멈추고 바보처럼 멍하니 지내지 않으면 버티는 것도 어렵다.

잃어버린 것들을 붙잡으려 발버둥쳐봐야 달라질 것은 없고 좌절만 깊어지니까.

뻔히 안 될 곳이든 될 것 같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이든

온갖 곳에 이력서를 넣어보고 면접을 보는 일을 반복했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아니 이 전에 하던 일의 덕분으로 운 좋게 겨우 지금의 일을 잡았다.

수입이 생겼지만 빚을 청산하고 정상궤도로 돌릴 때까지는 안심할 수가 없다.

이번 달도 사실은 간당간당하다.

언제쯤이나 되어야 누군가에게 빌어먹지 않고 나 하나를 건사할 만큼 괜찮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돈을 모아 노후를 보장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있지도 않았다.

결혼 생각은 학생 때부터 없었고

직업으로 어떤 성취를 이루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것.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서 평범한 하루를 영위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괜찮은 하루를 살아가는 것.

내가 거둔 고양이만큼은 책임지는 것.

언젠가 때가 되면 외국으로 나가서 남은 돈을 탕진할 때까지 지내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

그 뿐이었건만.

그래,

이 모든 것을 내가 감히 얻을 수 없는 삶을 욕심 낸 댓가라고 한다면

혹은

지금껏 지은 내 업보로 인한 것이라면 받아들일 밖에 다른 수는 없다.

라고, 누군가를 탓하는 것보다 자책하는 것이 내게는 더 가볍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아니 그 보다 더 많이.

그가 내뱉은 거짓들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사그라든다. 희뿌옇게 마음을 어지럽힌다. 갑갑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는 걸

통골뱅이에 소주나 기울이고 싶은 매일이다.

그마저 사치가 되어 근래는 쉬는 날이면 꼬박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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