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3일

Posted 2016.12.13 01:14

 

누군가에게 나를 온전히 내어보이고 완벽히 배신당한 일들은 수도 없었다.

그 때문에,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그리 내게 치명적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말의 기대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덤덤할 수 있다.

 

아니.

기대는 있었지만 그 기대가 져버렸다고 해서 마음이 산산조각 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회식 후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신 이가 있어 서울을 가로질러 택시를 태워가는 길

당신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반갑지 않은 전화가 나를 괴롭혔다.

늘 밝기만 해 보였던 아이는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하염없이 울었다 가지말라는 말을 반복하다

가족의 품에 안겨서야 웃었다.

 

다시 서울을 가로질러 집으로 오는 동안 생각한다.

내가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은 결국 사치에 불과한 것인가

어쩌면 이렇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삶의 끝자락에서 한 조각 사랑을 기대한 것이 그렇게 욕심이었던 걸까.

사실은

취해 목놓아 울던 그 아이가 부러울 지경이엇다.

이렇게 멋대로 굴어도 너는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구나.

지금 울고 싶은 건 나인데

나는 그저 술주정을 부리는 그 아이를 귀여워하며 웃어줄 뿐이었다.

 

하나도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듯 살아가는 일에 이제는 신물이 난다.

약을 먹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내가 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아닌데

아직도 나는 삶을 포기하는 것이 내일을 바라는 것보다 쉬운데

나의 괴로움과 외로움이

당신들에게는 하찮을 뿐일까.

 

마음을 죽이고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나았다고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다가

누구도 모르게 죽어버리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어울린다고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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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

    | 2017.01.02 22:59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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