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4일

Posted 2014.05.26 16:31

 내가 발을 딛고 선 세상은 내 생의 무게를 버텨내기에는 너무도 약했다. 조금의 충격에도 발 밑이 번번히 무너져내려, 끝을 모르는 어둠으로 떨어지곤 했다. 나에게는 안과 밖을 둘러치는 울타리도 없었다. 나는 타인과 나의 경계지음을 가늠할 줄 몰라서, 나를 잃거나 혹은 그를 나와 동일시하거나 했다.

 살기 위해 나는, 내가 서 있는 곳이 안전한지를 확인해야만 했다. 발을 굴러도 보고, 두드려도보고, 흔들어봐야만 했다. 조금의 균열이라도 보일라치면 나는 그 땅을 피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었으니까.

 나는 몰랐다. 내가 디딘 땅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내가 흔들리고 부딪히고 있어서 세상이 그렇게 보였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아는 세상은 언제나 흔들리고 부서지고 무너져내리기만 했기 때문에, 내가 머무는 집에 때로 태풍이 불고 눈보라가 휘몰아 치더라도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가 없었다.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날들이었다. 

 집이 없는 아이가 여기에 있다.

 이 아이에게 집이 없는 것이 아이의 잘못일까?

 아니다. 그건 그 아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은 고사하고 발 밑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잘못된 일일까?

 아니다. 그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쓴 것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것이다.

 

 근원을 알 수 없는 고독감과 함께 자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단절감으로 아이는 괴로웠다.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않는다. 누구도 나와 함께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물었다. 이 아이가 어떻게 보여요?

 -불쌍해요. 너무 외로워요. 절망적이에요.

   ... 선생님 - 근데요..저 아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저는 지금까지 다른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생각했는데요..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진짜 이해받고 싶었던 사람은 저 자신인 것 같다는 생각이들어요.

 

 '왜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자꾸 그렇게 나쁜 말로 나를 아프게 하지말고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줄 수는 없어?'

 나를 바라보는 그 아이의 원망 섞인 표정이 말을 걸어왔다. 

 -너무 미안해서 얼굴을 못 보겠어요. .. 그런데..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미안하다는 말 하기 싫어요. 얄미워요. 그렇게 해주기 싫어요.

 나는 숨죽여 울었다. 내가 미안해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아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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