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7일

Posted 2014.05.24 16:30

 상담을 한 주 미루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응어리가 졌다. 켜켜히 먼지가 쌓이는 듯하다가 똘똘 뭉치더니 단단한 덩어리가 되었다. 묵직하게 닻을 내린 배처럼 마음이 내려 앉아 겉으로는 평온하고 아무렇지 않은 날들을 살면서도 갑갑해 괴로웠다. 

 두서 없는 생각들이 흩어진다. 정리도 되지 않은 채 구석으로 처박힌다. 굳이 설명하자면 이렇다. 아날로그 타자기 앞에 앉아 같은 문장을 수십 번째 고치고 있는 소설가. 단 한 줄도 더 써내려가지 못하고, 구겨진 종이만 방안 가득 메우고 있는 모양새. 고개를 슬며시 드는 어떤 생각들과 감정들을 가차 없이 구겨 구석 저 편에 던져 버리고, 모른 척 하고 있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도 안다.

 상담 선생님도 나도 상태를 진단하는 것 정도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선생님은 이제 내가 '모르겠어요'라고 하는 대답을 내놓고 입을 다물면, 그럼 그 상황에 나를 놓고 어떤 지 충분히 느껴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피하려고 하지 말고. '피하려고 하지 말고' 덧붙이는 상담사의 말이 나를 도망치지도 못하게 붙잡는다. 그러니까 나는 계속되는 상담이, 중첩된 진단과 분석들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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