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9일

Posted 2014.05.19 16:28

 미친년, 내가 진짜 미쳤구나. 교역자들과 식사를 마치고, 누군가 커피를 사겠다고 해 카페를 향했다. 입구를 들어서기 전부터 코를 찌르는 익숙한 향기. 설마, 했는데 - 정말 있었다. 그를 없는 사람인 양 행동한 건 나인데도, 그에게는 안중에도 없는 나라는 게 너무 뼈져리게 느껴져서 말로 다 할 수 없이 비참했다. 잘 지낼 거라는 것쯤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체취로 누군가를 그리워해 본 일이 없어서,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을 향기로 알게 된 적이 여지껏 한 번도 없어서, 가슴이 아팠다. 항상 그랬다. 모임을 가지고 있는 중에,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의 향기가 점점 더 짙어져서 멀찌감치 앉은 내게까지 뿜어지곤 했다. 지어낸 얘기가 아니라서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더 황당할 지경이다. 차마, 숨도 쉬지 못할만큼 가슴이 내려앉았다. 아직도 그를 잊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나 보다. 찰나를 스쳤을 뿐인데 마음이 지탱할 힘을 잃고 스러진다. 사역이 끝난다는 것보다도 그에게 내가 아무 의미 없다는 그 하나가 내 남은 기력을 쇠잔하게 한다.

 

 상담을 하는 내내 나는 운다. 그러나 소리도 삼키고 눈물도 묵묵히 삼킨다. 마음껏, 하라고 상담선생님이 힘을 돋우어도 코만 훌쩍일 뿐 마음 놓고 울지는 못한다. 지금 기분이 어때요, 라는 말을 상담 50분 동안 스무 번은 더 듣고 그 중의 반절을 잘 모르겠어요. 라고 대답하는 내 속은 엉망진창이다. 상담실에서 다 쏟아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 저녁내내 다 풀어내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에 시달린다. 짜증나고, 화나고, 미워죽겠고, 다 내팽겨쳐버리고 싶고, 죽고 싶고, 외롭고 슬프고, 아프고, 힘들고. 무슨 말로 표현해야 좋을지 몰라서 눈물만 뚝뚝 흘리고 말았던 그런 것들이 몰려온다. 가슴 속이 답답해 견딜 수가 없어서, 나는 달려야 했다. 

 항상 늦은 밤이다. 빠르면 9시, 늦을 때는 10시 반에도 나는 달리러 나온다.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바람이 한 결 찬 시간, 사방이 어둠 속에 잠긴 길. 숨을 고르고, 음악으로 음소거를 하고 달린다. 숨이 가빠 심장이 멎는 것만 같은 순간까지 달린다. 차라리 달리다 죽어버렸으면. 

 좋아지기는 하고 있는 건지, 나아질 수는 있는 건지. 내가 뭐라고, 나같은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가며 살아야 하는 건지.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 안에 반박할 말이 없다. 스스로 택한 죽음이 타인을 상처입히지 않는다면, 진즉에 목을 메었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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