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7일

Posted 2014.05.18 16:27

 유난히 단풍이 짙은 가을이다. 청명한 하늘이며 따사로운 햇살이며 서늘한 바람 어느것 하나 할 것 없이 풍성했다. 그러나 나는 날이 아름다우면 아팠고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날들이 슬펐다. 그 사람과 오랫동안 만날 수는 없을지라도, 사계절을 온당히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없는 이 계절을 알고 누리고 즐기고 싶지가 않았다. 

 왜 이렇게 큰 타격을 입었을까. 도무지 괜찮아지지를 않는다. 그를 생각만해도 눈물이 난다. 오랫동안 나를 뒤덮고 있었던 우울은 '가족' '지지대' 그런 것들의 부재로 인한 괴로움,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무가치감이지만, 지금의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은 실연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그댈 잊을 수 있을까, 나를 털어버리듯 했지, 왜 잘 지내고 있을 네가, 숱한 노래 가사들이 나를 훑고 오래된 벽이 그자리에 주저 앉듯이 내 마음도 자꾸만 주저앉아버린다. 

 아니, 아니다.

 나는 삶을 견딜만한 힘이 부족하다. 살기 싫다, 는 말이 자꾸만 입 밖으로 내뱉어진다. 힘들어, 더 이상은 못하겠어, 지쳤어, 그만할래. 자신이 없어, 이 삶을 잘 살아갈 자신이 없어, 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생, 부끄러운 생, ..

 sign of suicide. 자살사고의 한 달 정도 전부터 주변인들에게 사인을 보내기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 위험하다. 내가 내 뱉는 말, 사고, 행동들 모두가 그렇다. 도움도 필요하다. 인지하고 있어도 충동이 자제되지는 않는다.

 거르지 않고 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잘 되지는 않는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힘이 딸리는 느낌이라 달리는 것이 버겁다. 근력 운동이 밑받침 되질 않아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고, 먹는 것에 비해 운동량이 많아서 일지도 모르고, 하루에 먹는 약이 너무 많아서일지도 모르고, ..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생각을 하지도 않고, 감정을 쓰지도 않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도 않는다. 보지도 않는 티비를 켜놓고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마음 한 구석에서 들썩이는 불안과 초조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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