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9일

Posted 2014.05.14 16:24

 

 한 주간의 증상과 변화에 대해 쏟아붓듯 주치의에게 말하고, 다 읽어내린 수첩을 덮었다. 생활은 어땠나요? 지난 주에는, 죽고 싶었어요.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법을 생각했나요? 네. 그런데 실행을 안했네요? 충동적으로 그러고 싶진 않았거든요. 

 죽고 싶었다. 죽었으면 싶었다. 죽을까, 했다. 그리고 죽기로 했다. 그래서 아직은 살아있다. 한 주간 절망의 심해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노회고시를 봤고, 누군가의 재촉에 신대원 특차 원서접수를 했고, 어찌어찌 문항들을 채워넣었으며, 심지어 오늘은 노회장추천서를 내고 왔다. 그리고 그런 날은 꼭, 오후부터 자기 직전까지 술을 마셨다. 그러고는 곧장 약을 먹고 누웠다. '우연히'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매일 아침은 왔지만 일어나지도 않았고, 할 일이 있지만 하지 않았으며, 만날 약속들을 다 취소한 채 집에만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운동을 하러 나갔다. 머릿 속에 죽음이 가득한데도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내게는 참 없던 일이다. 도무지 앞일에 대한 계획이나 책임 같은 것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장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기 때문에 로 읽어져야 한다- 죽음에 대한 충동이 강하게 들 때면 뭐든 다 내팽겨쳐버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살아가고 있다. 사실, 살아가는 것 자체는 대단한 일이 아니다. 숨쉬고 먹고 자고, 그렇게만 해도 하루가 지나간다. 그런 하루들이 '살아간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몸이 살아있다고 해서 그것을 두고 진정 삶이라 일컬을 수 있는 것일까?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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