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9일

Posted 2014.05.13 16:24

 눈물이 핑 돈다. 시도때도 없이 울음이 울컥 솟는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유명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처럼, 내게 남겨진 기억의 잔상들이 순서도 없이 떠오른다. 비에 젖은 풀섶을 헤치며 걷기라도 한듯 가슴 한구석이 쓰라린다. 멍하니 시선을 한 곳에 붙들어놓고 어떤 생각에 깊이 빠져드는 일이 이전보다 잦아졌다. 그러다 문득 들려온 가사 한 줄에, 가수의 목소리에 담긴 미세한 감정 한 자락에, 혹은 사물에 닿은 빛 한 자루에, 기억이 불 번지듯 한다. 

 다른 사람은 하지 않는 나만의 일, 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일이 있었다. 내가 무어라 대답했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억지로 짜맞춘 대답이었을테다. 그 질문을 받고 처음으로 - '나 자신'의 고유성을 마주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 라는 생각이 내제되어 있음에도- 무엇이 다른지를 말하지 못하는 내가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럼에도, 그 질문을 던진 이에게 매력적이고 싶어 나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머리를 쥐어 짜내어 무어라 대답했을 것이다. 내가 하는 행동 중에 다른 사람은 하지 않는 나만의 것. 있다. 꽤 오래된 습관 같은 것이 되어 미처 인식도 못하고 있었던 것. 나는 이따금 속으로 '진아야' 하고 내 이름을 부른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더라도 속으로 부를테니) 몹시 낙담했을 때,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 기진맥진해 있을 때, 지하철 유리문에 내 모습이 비칠 때, 혹은 울고 싶은 심정이 될 때. 술에 취해 죽고 싶은 심정이 되었을 때도. 그 외에도 숱하게, 나는 내 이름을 부른다. 때로 내가 나를 부르는 음성에 다른 사람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대개는 그 순간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사람의 것으로. 언젠가 나를 '진아야' 하고 가만히 불러주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나는 내 이름을 속으로 부른다. 안타깝고, 더 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 진아야, 하고 속으로 부르면 안심이 된다. 그러고 나면 대체로는 마음이 아파 울고 만다. 외로움이 극명해져서 인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사랑을 받았었다는 것이 생각나서인 것도 같고. 무어라 이름 붙일 수가 없다.

 언젠가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중에 그런 장면이 있었다. 드라마를 제대로 본 건 아니었는데, 유독 그 장면 하나가 나를 몹시 아프게 했다. 그가 말 없이 떠난 날, 바다를 향해 뛰어가 무너지듯 은조야, 은조야 부르며 은조가 울던 장면. 장면 위로 은조의 독백. 그 사람을 뭐라 불러 본 적이 없어서 나는, 뻐꾸기가 뻐꾹뻐꾹 따오기가 따옥따옥 울듯이 새처럼 내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고. 사람들은 그녀의 연기에,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에 울었지만 나는 그녀가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모습이 내 모습과 너무 닮아서 울었다.

 나는, 이 사랑에서 주인공이 아니었다. 언제나 구경꾼, 아니면 조연을 자처하고 스스로 아파하고 만다. 질기고 끈덕지고 질척거리는 나 자신이 싫다. 옷을 껴입고도 종일 부들부들 몸이 떨린다. 오한이 가시질 않는다. 라지에이터에 붙어 서 있는 나를 보고 옷을 건네줄까하는 동료분에게 몸이 추워 그런 게 아니니 괜찮다, 했다. 데일 듯 뜨거운 것에 가까이 있어도 좀처럼 이 한기가 가시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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