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앨리스
감독 이와이 슌지 (2004 / 일본)
출연 스즈키 안,아오이 유우,카쿠 토모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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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와 앨리스'는 아오이유우가 나와서 본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아오이유우의 청순하고 순수한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만 같아서 실로 애착이 가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나 역시도 처음 이영화를 봤을 땐 아오이유우에 정신이 팔려서 하나 역을 맡은 배우가 묻힌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아오이 유우가 우익배우 어쩌고 하면서 논란 중에 있지만)

 아오이유우의 후광이 너무 큰 탓에 영화에 푹 빠지기보단 배우 자체에 혼동을 갖게도 되지만. 어쨌든 영화는 두 여고생의 '우정'과 '성장'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예쁘게 잘 그려냈다.

 

 어릴 때부터 단짝으로 지내 온 두사람. 발레를 한다.

 
 이 영화를 자꾸자꾸 보게 되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자연스럽기 그지 없어 마치 실제 생활을 카메라에 담은 게 아닌가 착각이 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나하나의 씬 모두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별로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이제 엄마도 나이가 있고.. 연애는 결혼을 전제로 하라구"


앨리스의 가정 생활은 비정상적이다. 엄마는 남자친구를 사귀고, 밖에서 딸을 모른 채 해버린다. 집 안은 어수선한 모습. 엄마의 손길이 닿는 것 같지 않다. 철 없는 엄마를 챙기는 앨리스, 엄마와 딸의 역할이 전도 되어버린 것 같다.

 


 우연히 스카웃 제의를 받는 앨리스. 그러나 오디션마다 번번히 떨어진다.

 
 스카웃 제의를 기쁘게 받은 걸 보면 이 일에 관심이 있고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서도 앨리스는 무엇인가 망설이는 것 같다. 어쩌면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무얼 해야 할 지 하나도 모르겠다 싶은 기분. 중학 시절이 감정이나 정체성, 세계에 의문을 갖고 혼란스러운 시기라면 고등학교 시절은 인생의 길을 두고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는 시기일 것이다. 자신의 적성, 흥미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판단하기 마련. 요행을 바라는 것인 지는 몰라도, 만약에 이게 나에게 맞는 일이라면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 같은 것도 생기는 것이다.

 길에서 스카웃 당했을 때처럼, 오디션에서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누군가의 눈에 띄거나 마음에 들어서 단번에 일을 맡게 되는 경우 같은.

 그러나 인생은 그리 녹록치 않다. 노력한만큼의 보답을 돌려주는 것이 인생이고, 마음 속에 품은 열정을 증명해보여일 때에서만 인정하는 것도 인생이다. '기회'를 잡는 것도 준비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책임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빠를 만난 앨리스. 이혼을 한 것인지 사생아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가끔씩 '아빠'와 데이트를 하는 모양이다.

 
 앨리스는 속이 깊은 아이다. 하나와 앨리스의 거짓말로 졸지에 '마크'와 사귀었던 게 되어버린 앨리스가 그와 함께 다니는 곳은 모두 아빠 엄마와 함께했던 곳.

 아마도 아빠 엄마와 이곳저곳 다니면서 쌓은 추억들을 되새기며 살아왔기에 앨리스는 아마 밝을 수 있었을 테다.

  때로 어른들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다.

 "아빠랑 엄마는 안 맞아서 이제 따로 살기로 했단다. 이해해주렴, 엄마 아빠에게도 자신의 인생이라는 게 있는 거야 너희와는 관계 없단다."

 이것은 어른들 스스로가 위안받고자 하는 말에 불과하다.

 아이의 존재 자체가 그들 두 사람이 책임지고 보살펴야 하는 의무이기도 하다. 부모에게는 아이를 사랑할 자격이 있는 것과 같이 또한 의무도 주어진다.

 귀소본능. 회귀. 아이는 언제나 부모를 사랑한다. 그것은 부모에게서 상처받았거나 반드시 미워해야만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공평하게 똑같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도 마찬가지겠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인생만 행복하기를 원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앨리스는, 강한 아이다. 아직은 엄마 아빠 아래에서 보살핌 받고 싶기도 할텐데, 엄마나 아빠에 대해 투정도 불만도 보이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를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

 


앨리스와 사귄 적이 있다는 하나의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따라온 마크.


선배가 기억상실증이니 사귀었을 때의 추억을 만들어주면 된다고 앨리스를 납득시키는 하나.

 삼인성호라는 게 이런거지 뭐. 난 안그랬는데 옆에서 그랬었다 그러면 나 자신도 헷갈려버리는 것.

영화를 보고 있다보면 뭐 저런 어이없는 말을 믿어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앨리스와의 기억을 궁금해하며 찾아오는 마크(마사시)와,
아빠와의 추억을 되짚으며 그 장소의 기억들을 풀어내는 앨리스.

 

 뭐야 , 이거 거짓말인거야 아니면 진짜 겪은 거야? 하고 아리송해지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믿고 싶은 거짓말' 이 아니었을까

 "최근 매일 너에 대해 생각하게 돼. 너를 생각하면 두근거리고. 이런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어떻게 생각해? 이런 게 사랑이겠지? 혹시 이런 느낌이 사랑이라면 너와 내가 사귀었던 사실을 입증하는 거겠지. 내 기억은 제대로 돌아올지는 모르지 하지만 왜 내가 너와 헤어지고 하나와 사귀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

 (이 부분 중요하다고 느꼈는데 자막이 없어서......듣고 대충 알아들은 -_ - ; )

 

  하나를 만나러 온 앨리스. 하나의 엄청난 거짓말에 대해 알게 된다.

  


기억을 돌아오도록 함께 돕는 것으로 하고 셋이 함께 바다로 왔다.

 

 더 이상 거짓말이 거짓말이 아니게 되어버린 하나와 앨리스.

 어쩌다보니 두 사람다 마사시를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둘도 없는 친구인 두사람이 저렇게 싸우는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어릴적부터 친구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같아져버린 걸까?

 처음 겪는 사랑에 대한 감정과, 우정과의 갈등. 고교시절의 미숙한 감정들은 지금 생각하면 우습고 풋풋하기 그지 없지만 그 때는 참 마음아프고 힘든 일이었는데.

  



 어릴 적에 바다에 날아가버린 트럼프를 발견한 마사시와 그 때의 기억이 거짓이 아니었음에 기뻐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앨리스. 그리고 거짓말을 고백하고 헤어지는 두사람.

  아빠와의 데이트에서 앨리스가 옛날 이야기를 하면 아빠는 기억이 안난다, 혹은 그런 일이 있었나 하면서 부정한다.

하나가 거짓말로 마사시의 기억상실증을 만들어낸 것처럼 아빠도 앨리스의 기억을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말이라는 게 참 우스워서, 어느 순간에는 거짓이라도 확실하게 말해버리는 쪽이 사실을 이겨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마사시도 앨리스도 자신의 기억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던 것이다.

 

 앨리스가 트럼프를 보고 울어버렸을 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이 기막힌 우연이 끝난다는 것이 서글퍼서만은 아니었으리라.

 그 시절의 트럼프를 발견해내고 그 추억이 진실임을 확인한 앨리스의 눈물은 그 동안 감춰왔던 스스로의 상처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 준 기억에 감사해서일까.

 어쨌든 하나의 거짓말처럼, 앨리스와 마크는 정말로 헤어진다. 왜 헤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로를 좋아한 것도 사실이 되어버렸고 헤어진 것도 사실이 되었다.

  


   함께 발레학원을 다니는 친구는 하나에게 말했다. 어릴 적, 동네에 "하나야시키"라고 하는, 꽃이 가득한 집에 사는 아이가 있었다고. 집 밖에 나오기 싫어하는 아이가 있었다고. (하나(花)는 이름처럼 꽃이 가득한 집에 살고 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발레학원에 왔는데, 사실은 참 좋은 아이었다는.

 "앨리스가 데려 온 거지? 발레학원. 싸우면 안돼, 하나"

 

 

 축제기간. 함께 발레하는 친구가 찍은 사진 전시회에 간 하나는 두 사람의 사진을 본다. 

 

  싸운 게 아니라고 중얼거리면서 하나는 생각했다. 언제나 자신의 곁을 지켜주었던 소중한 친구 앨리스.

 고등학교 시절, 친하던 친구끼리 좋아하는 사람이 같아서 서로 어색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 때뿐이라서 어느 새 다시 둘도 없이 지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나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ㅡ 소녀들의 우정이 애틋하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마사시는 하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실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고. 스토킹부터.

 거짓말도 진실도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고보면 거짓말대로 됐으니, 거짓말은 이제 거짓말이라기엔 너무 진실이다.

  하나도 자신이 더이상 앨리스를 미워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모두가 돌아가버린 공연장에서 혼자 만담을 하는 하나를 혼자서 지켜보는 앨리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친구인 것이다.

 친구라는 게 그렇다. 서로가 미운 적이 없을 수가 없지만, 결국엔 그 미움이라는 것이 소중한 마음보다는 작은 것이라서 금새 사그라드는 것이다.

 



오디션 장소에서 발레를 보여달라고 하자, 앨리스는 제대로 춤춰도 되겠냐며
종이컵으로 발레슈즈를 대용하며 춤을 춘다.

  보통 때라면 그냥 간단한 동작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내고 돌아갔을 앨리스가, 정말로 열심히 춤을 추었다.

 앨리스는 이 때 깨달았던 것 같다.

 자신 안에 있는 것을 쏟아붓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해내야 하는 것을, 문득 알게 된 것이다.

 

 
합격 통지를 받고 울고 있는 앨리스.

 

 하나가 마사시에게 사실을 고백하면서 보인 눈물도,

 앨리스가 합격을 하고 보인 눈물도. 그들을 한뼘쯤 자라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

 


마음의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눈물도 마음의 괴로움도 있지만, 결국은 그만큼의 웃음을 받을 수 있다.

이 세상에 우연은 없다. 필연만 있을 뿐.

기쁨도 슬픔도 언제나 똑같은 분량으로 찾아온다.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는 사건들이 우리를 자라게 한다.

그리고 다시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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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

    | 2015.06.09 01:47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너무 조은 리뷰애요 ㅠㅠ 이번에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을 계기로 이와이 세계에 한층 빠져드는 중이에요. 이런 감성적인 리뷰 하나하나가 저를 더욱 이와이 세계에 빠져들게 만드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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