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전3권 - 10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까치글방


 
 문단에서 이름난 선생님 밑에서 시인 등단을 준비하는 지인으로부터, 그 선생님이 추천하셨다는 책을 소개 받았었다. 그 중에 하나가,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86년부터 91년까지 5년간 세 편의 작품을 출간하였다. 각각의 원제는 다음과 같다:<커다란 노트(Le Grand Cahier, 1986)>, <증거(La Preuve, 1988)>, <세 번째 거짓말(Le Troisieme Mensonge)>. 우리나라에서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세 작품을 하나로 묶어 상중하로 나누었으며, 각각의 제목은 <비밀노트(상)>, <타인의 증거(중)>, <50년간의 고독(하)>라 붙여졌다.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이 책은 3부로 나뉜 연작이 아니다. 독립된 각각의 책이 나름대로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문체와 형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책은 따로 읽어도 그 자체로도 충분하며, 같이 읽으면 같이 읽는대로 의미가 부여된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그녀의 작품들을 하나로 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고 붙여진 제목이 나는 꽤 마음에 들었는데, 그것은 이 작품에서 내가 읽어낸 것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어서이다.
 블랙유머가 녹아든 이 작품은, 음울하고 메마르고 차가운 문장 속의 웃음이라는 장치가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을 들썩이고 있다. '실존에 관한 우울한 웃음'이라는 표현도 적합할지. 첫 번째 책에는 특히나 그러한 웃음이 명백한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웃음을 자아내지만 인간 존재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느끼게 하는 이러한 블랙유머에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절망이 드러난다. 아니, 인간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그 무엇에 대한. 그것을 삶이라고 해야할지,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들의 총체라고 해야할지. 전쟁이라는 참담한 상황 속에 벌어지는 부조리의 삶을 현실적이고 건조한 문체로 표현해내고 있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인간존재의 의의, 그 본질을 추구하는 실존적 고뇌가 나타난다. 불확실성 위에 터를 놓고 부단히 삶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들이 가감없이, 메마르다 싶을 정도로 무참하게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안과 우울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 책을 추천해 준 지인은 이 작품을 "소설 종결자"로 지칭했다. 구조적인 면에서나 문장의 깔끔함이나 군더더기 없는 표현 등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이후로는 다른 소설에는 손이 가지 않을 정도('완벽하게' 마침표를 찍은, 혹은 케이크의 마지막을 장식한 기분을 망치게 될까봐) 라고까지 표현했었다. 실제로 나도 저 책을 끝으로는, 이만한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소설을 대하기가 겁이 났다. 
 작품 안에 녹아 있는 생각들은 너무나 잘 정제되어 있다. 이 안에서 어떤 것을 캐낼 것인가, 거기에 어떤 살을 붙일 것인가는 독자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 이상의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단지 이 작가 역시도 많은 작가들처럼 작가 자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도. 그리고, 작가적 고민들이란 것은 대체로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와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
 주변에서 좋은 책 있으면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그 때마다 소설류에서는 빠지지 않는 것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자명하겠지만, 누구에게 추천해도 미안하지 않을- 아니 약간은 흥겹기까지 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Write your message and submit
« PREV : 1 : ··· : 54 : 55 : 56 : 57 : 58 : 59 : 60 : 61 : 62 : ··· : 82 : NEXT »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