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세계 - 6점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현암사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책 소피의 세계입니다. 제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중학교 때 읽었다는 친구도 있고 고등학교 때 읽었다는 친구도 있고, 다양합니다만 어쨌든 '청소년용 철학 입문서' 정도로 통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사실 어린이용 청소년용 어른용 책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책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도 대형 서점에서 동화책을 집어들고 읽고, 때로는 구입합니다. 뉴베리 수상작 소식에는 늘 관심을 가지고 있지요. 어린이용, 청소년용 이라는 말이 붙거나 그렇게 분류된 도서들을 접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볍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린왕자'만 떠올려보아도 이런 생각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해집니다. 제가 동화책이나 뉴베리수상작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 책들이 결코 가볍지도, 절찬리에 판매되는 소설들에 견주어 작품성이 떨어지지도 않더라는 것입니다. 미성년자에게 정신적 심리적 위해를 가하는 것들(선정성, 폭력성 등)이 아니고서야 책이 연령층별로 구분지어질 이유가 과연 있을까요?

 소피의 세계를 소개할 것처럼 해두고 서두가 길었습니다. 이 책이 '청소년용'으로 평가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다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청소년용'이라는 말의 뜻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내용이 가볍다. 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입니다. 「소피의 세계」역시 그와 같은 평을 받고 있는데요. 이 책은 철학사의 흐름(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짚고, 각각의 철학자들이 가진 사상체계의 '정리된 내용'을 소설형식을 빌려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집필의도를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소피의 세계」는 철학사에 관한 소설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소설만은 아니며, 또한 철학에 관한 책만도 아닙니다. 「소피의 세계」는 철학 정신에 관한 역사적 배경을 그린 책입니다.' 철학 정신이 어떻게 흘러가게 되었는가를 읽기 편한 소설형식을 빌어 풀어내보겠겠다는 말이지요. 당연히 요한네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에 견줄 것이 아닙니다. 상아탑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는 철학이라는 분야를 대중화시키려는 철학교사의 시도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할 듯 싶습니다. 사실 이 책은 14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철학 입문서라는 목적으로 쓰여졌습니다. 「소피의 세계」를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노르웨이에서 성인의 기준은 15세이지요. 말하자면, 성인을 위한 교양서적이 본 의도라는 것입니다. 소설 형식을 취한다거나 주인공이 소녀라고 해서 청소년용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것은 경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러셀의 서양철학사도 보았고, 요한네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도 보았습니다. 깊이 있게 공부하기에는 방대한 내용이고, 다 알았다고 결코 말할 수 없는 내용들이지요.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 공부한다해도 한 사람만 깊이 파지 않는 이상 그저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에 그치기 쉬운 것이 철학인 것 같습니다. 흐름만을 알고 있는 것만 해도 학문하는 데 있어서의 지평을 상당 부분 넓힐 수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에는 또 부족하지요.
 읽어도 별 거 없을 거라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제가 이 책을 굳이 읽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1.책 내용이나 구성면에 오류가 있다거나 허술하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철학사에서 말하고 있는 핵심을 잘 파악하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이라고 한다면, 고등학교 때 배우는 윤리교과서의 오류처럼 단순한 암기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입문서로 추천을 하고 있습니다만, 제 짧은 견해로는 한번쯤 서양철학사를 훑어보신 분들이 흐름을 파악하고 짧게 요약된 내용을 보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풍성하고 깊은 것들을 다시 담아내는 데 도움을 얻는 정도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핵심은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만, 그것만 말하기에는 또 좀 뭐랄까 복잡하고 넓고 깊고 하여튼 좀 성가시고 까다로운 것들이 많은 게 철학이니까요. 좀 걱정스러운 부분은, 청소년들이 이것만 읽고 다 알았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윤리교과서의 폐해를 익히 들어서 말이지요. (저는 이과출신이어서 잘은 모르구요^^)
 
 2.풍성한 예문이, 물론 절대적일 수도 없고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해하기에 너무나도 쉽고 써 먹기도; 좋은 예시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철학교사로서 축적된 기술이 아닐까 합니다. 서양철학사를 다룬 책들도 예시를 곧잘 사용합니다만, 예시라는 것이 오히려 개념을 더 추상화 시킨다거나 알쏭달쏭하게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피의 세계」는 (물론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가능하겠습니다만) 단순하고 명쾌하다는 느낌입니다.

 3.'왜 이렇게 생각했을까?'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문답식으로 진행되는 소피와 크녹스 선생님의 철학 수업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데요. 이를 잘 살펴보면 문화 역사적인 배경들을 제시하면서 이 당시 사람들은 어떤 사고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사고할 수 있었을까?를 반복해서 던져줍니다. 성서신학개론 책을 읽다가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고대의 사람들이 사고했을 것이라는 전제를 당연시하기 쉽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마찬가지가 아닌가 합니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그 당시 사람들의 환경과 사고방식을 이해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역사적 배경을 아는 것은 학문함에 있어서 그 배경들을 이해하는 것이 학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문철사 1000 권이면 세상사를 다 논할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소피의 세계」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철저히 녹아있기도 합니다. 이를 유념해두시고 읽으시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독교를 설명하는 것 같기도, 변호하는 것 같기도 한 태도가 엿보이곤 해서 다소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써놓고 보니 소피의 세계를 굉장히 칭찬하고 있는데 별점은 왜 그러냐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이유라고 하면, 상대적인 것이겠지요. 이 책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좋은 철학책들이 너무도 많아서 그렇습니다. 가볍게 읽기에는 더 없이 좋습니다. 철학함의 즐거움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그러나 무언가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서양철학사를 공부하고 싶으시다면, 다른 책을 찾아보시는 것이 더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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