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오랫동안 쳐 왔으면서도 나는 줄곧 바이올린을 사랑했다. 주로 마음이 산란할 때 클래식을 듣는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바이올린 곡을 우선으로 택하게 된다. 글을 쓸 때, 특히 몰두해서 무언가를 할 때가 그렇다. 피아노가 익숙하니 피아노곡을 더 듣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오히려 피아노 곡을 들으면서 악보가 눈 앞에 아른거리거나, 들리는 소리대로 손가락이 따라 움직이거나 하게 되기 때문에 되레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서 정말 내킬 때가 아니면 피아노 곡은 잘 듣지 않는다. 어차피 보유하고 있는 클래식 곡이 많지 않아서, 가지고 있는 곡의 무한반복만 가능할 뿐이지만 말이다.
 Gil shaham의 연주곡 하나를 가지고 있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이 듣고 싶어서 검색을 하다 겨우 한 곡 있는 걸 입수하게 된 것이 마침맞게 그의 연주였으니까 말이다. 그게 벌써 중학교 때 일이니, 벌써 십 여년 즈음. 곡 하나로 연주자를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의 연주를 처음 듣자마자 그에게 완전히 사로잡히고 말았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사용하던 미디어 플레이어에서는 곡 제목만 떠 연주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더 많은 그의 연주곡을 확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언젠가 나의 렛슨을 담당하셨던 선생님께서, 연주의 시작과 완성은 호흡에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 나는 쇼팽의 스케르죠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호흡에 따라 음악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전율을 느꼈었다. 연주에 몰입하면 나의 감정이 연주에 완전히 실리는 경험을 많이 하는데, 호흡이 일치하니 그 곡에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유명한 연주자들의 실황을 가까이에서 담은 음원을 접해보면, 그들의 호흡이나 허밍이 같이 녹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바이올린은 연주자의 몸에 가까이 붙어 있는 악기이기 때문에 더 명확하게 호흡이 들린다. 내가 Gil shaham의 연주에 매료된 것도 이 때문이다. 악마의 트릴 음원에 그의 호흡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음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호흡이었다. 
 Gil shaham이 연주한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은 바이올린 전공하신 분들이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호평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작곡자의 의도라던가, 연주자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평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Gil shaham의 연주 중에 가장 애호되는 곡은 사라사테의 카르멘판타지와 Zigeunnerweizen 인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예술은 소통하는 어떤 것이라고 여기는 나로서는 연주자의 해석을 신뢰하기 때문에, 듣는 이가 감화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정작 하고 싶은 말은 Gil shaham의 Devil's thrill 을 가장 좋아한다는 말. 저작권 문제가 있어 음악파일을 첨부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완벽한 테크닉, 깔끔한 연주, 탁월한 해석. 그를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이올린을 정말 사랑하는, 그래서 연주를 즐거워한다는 점이다. 그의 연주 실황을 영상으로 접해보면, 그가 얼마나 연주를 행복하게, 즐겁게, 여유롭게 하는 지가 눈에 보인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바이올린을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연주를 했지만, 아직도 바이올린이 굉장히 재미있고 매일매일 새롭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제 인생이 새롭게 펼쳐지는 게 기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또 나이가 들면서 음악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과거에 몰랐던 재미들을 새로 발견하게 되지요. 이렇듯 내게 음악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아, 나는 그래서 Gil shaham이 좋다. 그가 가진 바이올린의 음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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